잡도리
나는 재작년 까지는 거의 모든 NELL의 단콘을 보러 갔고, 그 중 상당수는 2회차 이상도 뛰었던 만큼, NELL에 대한 이해도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입장에서, NELL의 팬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주장이지만, 요즘 들어 NELL의 음악성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다고 당당하게 말해본다. 하지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있다. NELL이 은퇴 혹은 해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Healing Process 앨범 만을 정주행 하는 컨셉의 콘서트를 한 번 열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입장료가 50만원이어도 갈 의향이 있다. 그 정도로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NELL까 같이 오해 당할 수 있는 문장은 이만 줄이고 앨범에 대한 나의 감상을 소개하겠다.

진짜 감상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NELL의 역대 앨범 중 가장 훌륭한 음악성을 보여준 앨범으로, 21세기 대한민국 뮤지션이 발매한 앨범 전체를 놓고 봐도 최상위권의 음악성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갖추는 와중 몽환성을 극한으로 뽑아내는 것은 대단하다. 그리고 김종완 특유의 창법이 자칫 잘못하면 음악과 안 어울리기 쉬운데, 이 앨범에서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그런 목소리와 창법의 보컬이 있기 때문에 앨범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수록곡들이 가사에 걸맞는 정도의 템포와 간주 길이를 갖추고 있다. 특히 간주가 진행되는 동안 심연의 내용을 다루는 가사에 걸맞는 개인의 경험, 생각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대개는 간주가 길면 러닝타임을 늘리고 늘어지게 만든다고 평가하는 듯 하지만, 이 앨범의 경우에는 다르다. 간주가 주는 여유는 이 앨범을 들으며 사색하기 좋은 또 하나의 이유이다.
식당에 비유하면 좋다. 직관적인 맛으로 승부를 보는 가게는 메뉴를 제공하는 시간 간격이 짧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한 가지 방향의 맛이 아주 강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요소들로 쌓은 맛의 레이어로 승부를 보는 가게를 생각해보자. 한 메뉴를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고, 셰프의 의도도 상상해보고, 입안에 남는 여운도 즐길 수 있게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메뉴가 나올 것이다. 이 앨범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내가 깊은 우울감에 빠져 살던 시절, 이 앨범은 나에게 훌륭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어떤 날은 우울감이 증폭되기도 하였으나, 많은 날에 이 앨범을 정주행하며 마음 속에서 스스로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NELL이 Healing Process 콘을 열어야 하는 이유
단순하다. 의외로 따라 부르기 좋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만은 아니고... NELL의 이 앨범 수록곡들 라이브는 언제 들어도 훌륭하다. 이 앨범을 비롯해 NELL의 음악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곡들 만으로 구성한 라이브를 꼭 한 번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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