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최근 수 년 간 가장 주변 환경을 많이 바꾸어본 한 해였던 것 같다. 그 중 기록해둘 만한 것을 꼽자면: (너무나도 개인적인 요소들은 굳이 블로그에 기록하지 않는다.)
- 7월 말에 2년 반 동안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 8월 초에 올림피아드 계절학교 코치를 다녀오고,
- 8월 중순에 조합론 워크숍을 다녀오고,
- 9월에 복학해서 22학점 + 1AU를 수강하고,
- 10월에 Graph Algorithm & Structural Properties 를 다루는 working group (KAIST GRASP lab) 에 연락하여 무언가를 함께 해보기로 했고,
- 그 외 다양한 많은 인간관계를 맺은 것이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김에 간단히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직장 생활의 마무리
회사에서 병역 특례로 군 문제를 해결한 상태였지만,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즐거워 오랜 기간 휴학생 신분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 나갔었다. 일의 자유도도 높았고, 전 직원이 하와이 워크숍도 다녀 올 정도로 회사도 잘 나가서 영원히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승진, 조직 개편 등과 맞물려 회사 일이 약간은 떠 있는 상태였고, 그 동안 일에 대한 흥미도 약간은 떨어지는 동시에 스스로가 comfort zone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 여름이 직장 생활을 마무리 짓고 학교로 돌아가기에 가장 적합한 시점이라고 생각했고, 퇴사 및 복학을 결심했다. 이 때 까지는 얼른 졸업하고 다시 직장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 만을 목표로 두고 있었다.
8월
8월은 나의 마음을 가장 크게 바꾼 시기다. 팬데믹 이후 처음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국제정보올림피아드 계절학교에 코치로 다녀왔다.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며 가르치는 것의 즐거움을 느꼈고, 이유 모를 설렘을 느꼈다. 이후 IBS에서 진행되는 조합론 학술 대회에 다녀왔는데, 다양한 발표를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감정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 느껴보았고, 대학원 진학으로 다시금 진로를 트는 것을 고려하는 계기가 됐다.
다시 돌아온 학교
좋은 직장에 다녀서 직장 생활도 꽤나 즐겁게 했었지만, 4년 만에 다시 복학한 학교는 나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한 공간이었다. 직장에서만큼 사람들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을 필요가 없고, 관심 가는 문제가 있으면 오랜 시간 같이 고민하고, 토론해줄 사람이 있었다. 대신 직장에서 만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나보기는 힘들었고, 많은 친구가 이미 졸업해서 새 친구를 만들어야 했다는 점이 단점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복학 후 첫 학기인 만큼, 관심가는 최대한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고자 했다. 전산학부 전공 수업으로는 가장 관심 있는 알고리즘 분야의 수업 4개(알고리즘 개론, 문제 해결 기법, 형식언어 및 오토마타, 알고리즘 그래프 구조 이론)와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 전공 필수 과목 1개(프로그래밍 언어)를 수강했고, 그 외에는 수리과학과의 선형대수학과 거시경제학을 정량적으로 다루는 경제학 특강 수업을 수강했다. 결국 근거 없는 자신감 속에 22학점을 신청했고(...) 다행히도 잘 해낼 수 있었다.
휴학 전의 나를 돌이켜보면 수업을 잘 안 가고, 과제를 잘 안 내고, 시험은 적당히 잘 칠 때도 못 칠 때도 있는 불량 학생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의 복학인 만큼 최소한 수업은 열심히 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것은 잘 지키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과제와 시험은 적당히 대충 해서 학점은 나쁘지 않게 받았다. (지금껏 이수한 5개 학기 중 아예 던진 1학년을 제외하면 제일 낮지만, 그래도 3번째로 잘 받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번 학기에 수강한 알고리즘 그래프 구조 이론 수업에서는 NP-hard 복잡도를 가지는 그래프 문제의 treewidth 등에 기반한 parametrized algorithm을 다루었다. 예전에 연세대학교 Combinatorial Optimization Group에서 연구할 때는 approximation algorithm을 다루었는데, parametrized algorithm 역시도 promising 해 보였고, 어떤 결과와 open problem이 있는지 알아보고, 고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업을 진행하신 교수님께 연락하여 1월 부터 함께 project를 하나 해보기로 했다. 두 명의 교수님께 공동으로 지도 받으며 일을 할 수 있어 아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과 2026년
2025년은 내 주변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한 해였다.
여전히 졸업하고 무엇을 할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대학원에 가서 되는 데 까지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박사 과정을 해외에서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학부 학점이 좋고, 논문이 있고, 좋은 추천서를 받으면 좋은 학교에 갈 확률이 높다고 들었는데, 나는 이 중 아무 것도 없긴 하다(...) 사실 KAIST 석사 후 박사 유학도 좋은 선택지라 생각하기는 하지만, 학부 마치고 바로 나가는 것도 (원한다고 누가 시켜주는 건 아니지만) 좋아보여서 고민이 되는 듯.
그래도 사람 일 모르는 것이니 해봐야지. 2026년에는 무언가 연구로 성과를 내고, 1학기 학점을 잘 받고, 교수님들 및 동료 학생들과 좀 더 많은 협업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시작으로 2024년에 잠깐 끄적이다 유기해놓은 manuscript의 초안의 초안을 다시 붙잡고 살을 붙여봐야겠다. 후회 없는 한 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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