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간의 회사 생활을 뒤로 하고 대학교에 복학해보니, 첫 인턴십을 구하는 친구나 후배들이 많이 보인다. 대개는 인턴십 지원의 첫 관문인 이력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나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님을 앎에도 문을 두드려본다는 생각으로 저학년 때 부터 다양한 회사의 인턴십을 지원했고, 여러 번 인턴십을 수행해보았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다양한 인턴, 신입 및 저년차 경력직 지원자의 면접을 본 경험도 있다. 조금은 특이한 수상할 정도로 이상한 경험을 해본 대학생 신분을 살려, 이 글을 적어 본다. 물론, 나 역시도 아직 학부생이라는 점에서 조언을 해준다기 보다는 경험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읽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참고로, 모두에게 이 글이 정답이 아닐 수 있고, 이 글에도 한계점이 많음을 미리 짚어둔다. 다만, 너무 막막한 누군가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참고로, 이 글은 술을 마시고 잠이 안 와서 15분 정도에 걸쳐 작성한 글이다.)
대개 학부생이 작성하는 이력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지닌다. 각 요소별로 적으면 좋은 내용을 대략적으로 정리해보자면:
- 인적사항: 주로 문서의 '제목'이 위치하는 영역에 작성하며, 이름과 이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적는다. 개인 웹사이트나 GitHub 프로필 링크가 있다면 이 부분에 적어도 좋다. 온라인에 public하게 올릴 용도의 이력서에서는 휴대전화 번호를 제외해도 좋다. 사진과 나이, 가족관계 등 직무와 무관한 정보는 일반적으로 넣지 않는 것이 좋다.
- 블로그에 꾸준히 쓴 글이 있거나, GitHub에 꾸준히 기여한 경험이 있다면 단순히 링크를 넣는 것 보다는 조금 더 강조하는 것을 추천한다.
- 학력(Education): 이력서의 '본문' 최상단에 주로 작성하게 된다. 학교와 전공을 명시하면 좋고, 부전공/복수전공하는 학과도 함께 명시하면 된다.
- 학점을 적는 것은 필수는 아니지만, 4.3 만점 기준으로 3.7 이상이면 적는 것이 좋고, 아니라면 굳이 적을 이유가 없다. 전체 성적은 좋지 않지만, 전공 핵심 교과목 성적이 좋다면, 하위 불렛 포인트로 해당 과목들 성적만 기재할 수도 있다.
- 학부 저학년 지원자의 경우, 많은 교과목을 수강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수강한 교과목 중 지원하는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것의 목록을 3~5개 정도 하위 불렛 포인트로 함께 적어놔도 좋다. (예: ML 관련 인턴십에 지원하는 이력서에 Relevant Coursework: Statistics, Machine Learning, Reinforcement Learning, Statistical Learning Theory와 같이 표기)
- 정규직 전환형 포지션에 지원하는 경우, 졸업 예정일을 명시하면 좋다.
- 해외 명문대 교환학생 경험이 있거나, 과학고/영재학교 출신 등 그럴싸한 요소들이 있는 경우, 당연히 함께 적어도 좋다. 예를 들어, 과학고에서 수석 졸업 했다면, 굳이 적지 않을 이유가 없다.
- 군 휴학 이력이 있는 경우 하위 불렛 포인트로 표기해도 좋다. (예: 2023 -- 2025: leave of absence due to military service)
- 경력(Experience): 대부분의 학부생의 경우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실 인턴십이나 기업 인턴십 경험이 있는 경우, 이 섹션을 만들어도 좋다. (혹은 프로젝트 경험에 같이 넣어도 되고, 개인의 선호에 따라 이 섹션을 넣거나 빼면 된다.)
- 각 경력 요소들 마다 해당 경력에 해당하는 기간을 함께 기재하자. 기간은 주로 연도와 월까지 표기한다.
- 하위 불렛 포인트로 무엇을 했는지 적자. 이 때, 단순히 무엇(What)에 치중하기 보다는 육하원칙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해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 짧게 적으면 된다. 어차피 면접 때 물어볼 내용이기 때문에, 너무 자세히 적지 않아도 된다.
- 수치화 할 수 있는 성과가 있다면, 함께 표기하자. (예: 당시 SoTA 기법 대비 x배 적은 리소스를 활용하며 97% 이상의 성능을 달성)
- 프로젝트 경험(Projects): 학부생 이력서에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 프로젝트 경험 역시도 언제 진행한 프로젝트인지 기간을 명시하자.
- 하위 불렛 포인트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적고, 수치화 할 수 있는 성과가 있다면 함께 표기하자.
-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예를 들어, 단순히 Kaggle 기출 문제에 대해 이미 공개된 노트북을 비롯한 유명한 튜토리얼을 따라한 정도로 너무 초보적인 수준 프로젝트 다섯 개를 나열하는 것은 좋지 않은 전략이다.
- 반대로, 학교 수업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이력서에 적기 훌륭한 경우가 많다. 전산학 핵심 교과목 중에서는 운영체제(PintOS 등), 컴파일러(Lex/Yacc을 parser 구현, C 언어의 subset에 대한 컴파일러 작성) 등이 있을 것이다. 머신러닝 관련 교과목 중에서는 4학년 과목이나 특강 과목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역시도 이력서에 적기 좋다.
- 악명 높은 교과목들의 프로젝트 경험의 경우, 디버깅과 관련한 경험 등을 설명하는 데에 하위 불렛 포인트 하나 정도 할애해도 좋다.
- 해커톤 경험이 있다면, 적어도 좋다. 여러 사람과 협력해본 경험을 어필하기에 나쁘지 않다.
- 수상 경험(Awards & Honors): ACM-ICPC를 비롯한 대회 (혹은 해커톤) 수상 경험이나 전공과 관련한 장학금 수혜 내역이 있다면 적어도 좋다. 고등학교 때 참가한 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경험도 있다면 적자. 굳이 적을게 없다면 넣지 않아도 되는 섹션이다.
- 대외 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 동아리 활동 등을 적는 섹션이다. 직무 관련 동아리에서 활동했다면, 적어도 좋다. 다만 앞서 살펴본 섹션들 대비 중요도가 떨어진다.
- 기술(Skills): 딱히 중요한 섹션은 아니라고 생각되나, 대개 이력서 최하단에 사용 가능한 프로그래밍 언어나 프레임워크 등을 적어두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요소를 넣어 편한 마음으로 이력서 초안을 작성하면, 대개 2~3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나올 것이다. 이제 이력서의 포맷에 대해 살펴볼 차례이다.
- 이력서는 LaTeX(개인적으로 이 쪽을 가장 권장한다), MS Word, HWP 를 비롯해 편한 도구를 이용해 작성하면 되나, 반드시 PDF 형태로 저장하자. MS Word, HWP의 경우 상대방에게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보장이 없고, 버전이나 폰트 등의 문제로 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텍스트 위주로 작성하자.
- Notion으로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은 강력하게 비추천한다. (물론, 개인 웹사이트를 Notion을 통해 만드는 것은 좋다.) 이유는 단순하다. 만약 Notion 만의 특별한 기능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Notion을 써서 얻는 이점이 없다. 반대로 Notion의 '접힌 글' 내지는 '하위 페이지' 등의 기능을 이용한다면, 이는 이력서를 읽는 상대방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 이력서를 읽으라고 요구하는 것과도 같다. 대개 이력서를 검토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은 지원자 추적 시스템(ATS, Applicant Tracking System)이 먼저 여러분의 이력서를 읽는데, Notion이나 이미지 위주의 이력서는 텍스트 파싱이 안되어 사람이 읽어보기도 전에 걸러질 가능성도 있다.
- 학부생이나 저년차 지원자의 이력서에 있어 권장되는 분량은 A4(혹은 letter paper) 기준 단면 1페이지 정도이다. 이에 맞추어 줄이면 된다.
- TMI를 장황하게 적은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런 부분을 덜어내자. LLM에게 조언을 받으면 좋다.
- 무리하게 자간을 줄이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줄 간격이 너무 크거나 페이지 상하좌우의 여백이 너무 넓다면, 가독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들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 장황한(자기소개서와 같이 narrative한) 문장은 지양하고, 개조식으로 적자. 그리고 국문 이력서의 경우 각 문장을 명사형 종결로 적는 것이 좋으며(예: -함, -구현, -달성 등), 영문 이력서의 경우 각 문장이 과거형 동사로 시작하게 적는 것(예: Developed ...)이 좋다.
- 이력서에 링크 걸어둔 요소들이 있다면, 읽는 사람이 링크인지 알 수 있게 밑줄을 쳐놓자. (이는 프로젝트 경험과 관련한 데모 페이지의 링크를 걸 때 유용하다.) URL의 경우, 굳이 URL 전체를 적을 필요 없고 [link] 와 같이 적어둔 후, link 텍스트를 클릭하면 리다이렉션 되게 텍스트에 하이퍼링크를 걸면 충분하다. 다만, 이력서를 읽는 사람이 굳이 관심을 가지고 링크에 들어가보리라는 가정은 하지 말자.
- 외국계 기업의 경우, 영문 이력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직무 설명(Job Description)이 영어인 공고에 지원할 때는 영문 이력서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국문 버전과 영문 버전을 하나씩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이제 여러분의 첫 이력서가 완성 되었을 것이다. 선배나 친구, LLM 등 보여줄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보면 좋다. 그리고 이력서를 작성하며 정리해본 경험을 기반으로 개인 웹사이트나 LinkedIn 프로필 등을 만드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구직 하는 회사에 여러분을 추천(referral)해 줄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이력서를 먼저 보여주는 것도 좋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인턴십 구직에 행운이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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