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계획
지난 주 목요일에 팀 회식으로 회사 근처에서 간단히 참치를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몰타 참치라는 참치집이었다.) 여튼 회식을 마치고 배부르고 나른한 상태로 2분기 계획을 위한 1:1 미팅에 들어갔다. 그런데 자주 협업하는 동료 분께서 4월 10일 주 부터 4월 17일 주까지 출장을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셨다. 애초에 급한 일이 있었던 것이긴 하다만, 미국에 가서 새로운 분들과 안면도 트고 우리 팀이 한 일에 대해 발표도 하면 재밌을 거라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큰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병무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를 조금 넘는 목요일 오후와 금요일 뿐이었다. 그래서 재빨리 국외여행허가서와 출장 증빙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전화 해봤을 때 받은 답변 상으로는 금방 허가를 해줄 것 같았으나 결론적으로는 허가가 나오지 않은 채로 목요일 저녁이 되었다. 나는 토요일 델타항공 DL196편을 타고 시애틀로 가는게 목표였으나, 아직 국외여행 허가는 나오지 않았고, 탑승이 얼마 남지 않아 항공권 가격은 계속 오르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델타항공에서 판매하는 항공권은 가격이 너무 올라서 대한항공에서 판매하는 코드 쉐어 편 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1) 일단 금요일 오후 3시까지 취소 가능한 옵션으로 DL196 코드 쉐어 편을 예매하고, 2) 금요일에 병무청에 전화해서 빨리 허가해달라고 빌고, 3) 오후 3시 쯤에도 허가가 안나오면 항공권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도, 금요일 오후 2시 경에 병무청에서 국외여행 허가가 나왔고, 어찌저찌 시애틀에서 묵을 호텔과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는 항공권, 샌프란시스코에서 묵을 호텔, 그리고 귀국 항공권을 예매했다. 출장이 가능한 상태를 급하게 만들기 위해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작년에 받아 놓은 ESTA가 있어서 신경쓸게 조금이나마 적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미국으로 출국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니 짐을 싸야 했다. 하지만 내 나태한 생활습관 때문에 입을 옷이 하나도 빨래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래서 급하게 코인 세탁소에 다녀왔다.
출국
토요일 아침에 잡혀 있던 학과와 하는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빨리 공항으로 이동했다. 원래 해외에 갈 때 공항 면세구역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즐겨하는 만큼 일찍 가서 발표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델타항공 카운터가 닫혀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델타항공은 셀프 백 드랍을 지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2, 3시간 정도를 롯데리아에 갔다가 산책하면서 흘려보냈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잘 안나오는데, 델타항공 카운터는 토요일 기준 오후 3시 반 정도에 오픈한다.
짐을 부친 후에는 면세점을 잠시 둘러봤는데, 딱히 살 만한 주류가 보이지 않아서 사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티나 라운지에서 팀원 한 명과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다.
살면서 일반석을 타본 적도 있었고, 비즈니스석을 타본 적도 있었지만 프리미엄 일반석(프리미엄 셀렉트)은 처음이라 어떨지 궁금했다. 비행기에 탑승해보니 앞뒤와 좌우로 여유가 조금 더 있고, 좌석이 더 많이 젖혀지고, 다리 받침이 있는 일반석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래도 장시간 비행인 것 치고 허리와 무릎이 별로 아프지 않았어서 적당히 만족스러웠다. 가격 차이가 아주 크지 않거나 남이 끊어 준다면 기꺼이 탈 의향이 있는 정도이다.
기내 어매니티로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과 안대, 칫솔, 립밤, 양말들이 담긴 파우치가 제공되었다. 기내식은 무난히 가벼운 식사로 나왔고, 여느 국제선과 같이 음료와 주류가 다양하게 제공되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맥주인데, 내가 좋아하는 Sweet Water 양조장의 IPA도 줬다. 맥주는 국적기에 비해 훨씬 뛰어난 것 같았다.
기내에서 와이파이가 무료로 제공되기는 하지만 무료 와이파이의 속도는 카카오톡 텍스트 메시지를 겨우 보낼 정도로 몹시 느렸다. 그래서 $39를 지불하고 유료 인터넷을 결제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몹시 빨랐다. 놀라울 정도로 빨라서 속도를 측정해보니 42Mbps였다. 참고로 델타항공에서 내년 정도 부터 한국 노선에 더 빠른 인터넷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봤었는데, 그렇게 된다면 대체 어느 정도로 빠를지 기대가 된다.
시애틀
10시간 가량의 비행 끝에 시애틀에 도착했다. 이번에 잡은 숙소는 지난 1월에 동생과 시애틀을 방문했을 때 묵었던 곳과 같은 곳인데, 재방문이라 그런지 고층(30층)의 나름 뷰가 괜찮은 방에 배정이 되었다. 나름 스페이스 니들 뷰라고 주장할 수 있는 무언가였다.
시애틀에 온 후 첫 며칠은 계속 비만 왔던 것 같다. 그래서 돌아다니면서 꽤 고생을 했다. 낮에는 주로 사무실에서 일정이 있기는 하다만, 밥 먹으러 나가는게 고역이다. 먹을게 애초에 별로 없기도 하고. 와서 지금껏 먹은 것 중 Rib이 들어간 Pho가 가장 맛났던 것 같은데, 비주얼만 놓고 보면 한국식 갈비탕에 당면 같은 것을 넣은 것 같다.
일하는 오피스는 Columbia Tower라는 시애틀에서 꽤 높은 편에 속하는 건물에 있고, 그 중에서도 63층에 있다. 그래서 날씨가 맑으면 뷰가 꽤 좋은 편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미국에 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급식실의 뷰도 좋다.
호텔에서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길에 있는 무인 편의점인 Amazon Go 또한 신기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이해가 된다만, 그래도 물건을 열심히 담고 나가면 입장할 때 등록한 카드로 자동 결제되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뷰를 뒤에 놓고 해도 회의와 발표 준비 등이 쉬워지지는 않는 것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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