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언론에 기고하는 가방끈 긴 정치 논객들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유튜브에 출연하는 민주·진보 진영 인사를 비판할 때 자주 쓰는 레토릭이 있다. 바로, 부정선거론 등 음모론을 펼친 전력이 있는 김어준에게 마이크를 줘선 안 되며, 그의 채널에 출연하는 인사들은 극우 유튜버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이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음모론을 확산하는 매체에 출연하거나 글을 기고하는 정치·사회 인사들은 누구든 비판받아야 한다. 다만, 그 비판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만 향할 것이 아니라, 모든 음모론을 퍼뜨리는 매체를 겨냥해야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보자. 4년 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백신과 관련한 음모론을 퍼뜨리며 공포를 조장하고,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장난질을 치던 언론들이 있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YTN, 연합뉴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백신 불신을 부추기고, 과학적 근거 없는 공포를 확산하며 사회적 혼란과 생명 위협을 초래했다. 그런 과거를 가진 기성 언론이 이제 와서 김어준과 그의 채널을 비판한다면, 자신들이 그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는 사실을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음모론을 문제 삼겠다면, 생명을 위협한 자신들의 음모론과 먼저 결별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모든 음모론이 퇴출되는 사회를 원한다. 다만, 퇴출에도 순서가 있다면, 공중보건을 해치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음모론이 정치 음모론보다 먼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왜? 사람을 죽이려 든 자들이여, 무엇이 불만인가? 백신 음모론과 달리 정치 음모론은 사람을 죽이지 않을 뿐더러, 최소한 재미라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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