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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당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야 할 때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정당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위법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된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우리나라의 헌정질서를 위협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여당 국민의힘은 105명의 의원이 탄핵안 표결에 불참하며, 권력 유지를 위해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민정당에서 시작해 국민의힘으로 이어진 반민주적 정치 세력의 오랜 패턴의 연장선에 있다.

 

1979년 12월 12일, 육군 내 불법 사조직 하나회의 전두환, 노태우가 이끄는 신군부는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권력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생명과 민주주의도 서슴없이 짓밟았다. 대표적인 예가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에 반발해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다. 이 과정에서 신군부는 시위에 참여한 민간인뿐만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일반 시민들까지도 대검, 총, 헬기를 이용해 무참히 학살했으며, 시민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도 저질렀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의 집권 여당으로 민정당을 창당하며 권력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해 냈고, 문민정부 시절 민정당 출신 대통령 전두환, 노태우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민정당을 뿌리로 하는 정치 세력은 단지 이름만 바꾼 채 여전히 한국 정치의 중심에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민정당 국회의원 출신 박희태 씨는 한나라당에서도 3선을 했고, 민정당 사무처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한 김태원 씨 또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을 연임했다. 인적 계승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적 정책과 재계와의 유착 등 체제적 측면에서도 민정당 시절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민정당의 후예는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이어 오늘날까지 한국 정치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세력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는 콘크리트 지지층의 역할이 컸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군을 동원해 벌어진 여론조작 사건은 이들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같은 극우 사이트는 이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키워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과 코알라를 합성한 노알라 사진 또한 심리학자의 조언을 받아 여론조작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세력은 극우 유튜브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극우 유튜버들은 가짜 뉴스를 유포하며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고 혐오와 분열을 조장한다. 이들은 민정당계 정치 세력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공고히 하며 유권자들을 결집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민정당과 극우 세력이 공공의 적을 만들어 정치 세력을 공고히 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 대통령 윤석열 씨가 극우 유튜브를 애청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나,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로 인해 부정선거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결국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졌고, 45년 만에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탄압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민정당과 그 후예들은 반복적으로 헌정질서를 위협하며 권력을 유지해왔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정치 세력의 영구기관과도 같은 피드백 루프에 스스로 빠져버린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비극적인 일이다. 이런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과 같은 반민주적 세력은 청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12월 3일의 내란은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이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민주주의 파괴의 연장선이다.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내란 수괴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하고, 동일한 일의 되풀이를 막기 위해서는 민정당의 후예들과 잔재를 역사의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