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고의 다이닝 중 하나라고 소개 받은 Per Se 에서의 저녁식사. 언젠가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서 오직 여기에 오기만을 위해 돈을 따로 조금 모아뒀는데, 마침 출장이 뉴욕으로 잡혀서(!) 생각보다 빠르게 방문했다. 미쉐린 가이드에도 3스타로 등재된 곳인 만큼, 큰 기대를 하고 방문했다.
후기를 요약하자면, 이 가격 대의 다이닝은 처음 와봤지만, 확실한건 코스 처음부터 끝까지 돈 생각 안 하고 음식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점에서 대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에 주방을 투어 시켜줘서 좀 둘러봤는데, 주방도 굉장히 체계적으로 돌아갔고, 파이프라이닝의 결정체와도 같았다.
처음에는 샴페인을 한잔 주는데, 그냥 적당히 잘 만든 샴페인 느낌이다. 청량감 있으면서도 잔에 충분히 두면 빵 같은 느낌도 올라오는. 맛있게 마셨다.
아뮤즈 부쉬는 삼키고 나서 일종의 피니시라고 부를만 한 향이 올라오는데 이 느낌이 몹시 좋았다.
다음에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수프가 나왔다. 다른 재료들이 있는 접시에 액체를 부어주셨다.
굴과 진주모양으로 가공한 타피오카 펄, 캐비어의 조합은 좋았다. 메뉴 설명만 들었을 때는 펄이 좀 미스가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식감들이 잘 어우러져서 오히려 펄을 넣은게 플러스가 됐던 것 같다.
어란 같은걸 얇게 해서 넣은 한입 요리도 좋았다. 계란과의 조합이 (내 기준) 좀 일반적인 느낌은 아니었지만, 좋았다.
굉장히 오랜만에 먹어본 푸아그라는 당연히 직관적으로 몹시 좋았다. 요즘 여러 이유로 거위의 간을 사용한 푸아그라를 먹는 것은 지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서는 허드슨 계곡에 사는 오리의 간을 사용했다고 한다.
우럭 (내 어휘 범위 안에서 가장 일치하는 생선은 우럭이다. Atlantic Black Bass.) 구이는 같이 나온 폼도 좋았고, 같이 곁들여 나온 파도 약간의 시원함을 줘서 좋았다. 접시에 둘러져 나온 전통적인 스타일의 소스는 당연히 곁들여먹기에 좋았고.
초점이 좀 나가서 안타까운 사진이다만, 새우 요리도 앞서 나온 생선 요리처럼 전반적인 재료들간의 조화로 생기는 레이어로 부터 오는 느낌이 좋았던 디쉬였다.
그 다음에는 메추리의 가슴살 부위를 활용해 만든 요리가 나왔다. 식감은 생각보다 독특했는데, 역시나 소스와의 조화가 좋았다. 식사한지 한달 반이나 지나서 글을 쓰다 보니 이 디쉬는 기억이 살짝 흐릿하긴 하다.
와규 숯불구이는 와규 자체가 마블링이 좋아서 다른 재료들이 묻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당연히 와규에서는 에이징을 잘 한 고기에서 나는 치즈와 같은 복합적인 풍미도 났지만, 입에 넣었을 때 와규가 녹으면서 다른 재료들의 맛도 녹아들어서 함께 조화를 잘 이뤘던게 그 이상으로 좋았다. 오히려 와규만 먹었으면 너무 기름져서 먹기 힘들었을 것 같기도.
디저트는 당연히 다 맛있었고, 함께 곁들인 녹차와 함께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주는 봉봉은 유자 맛을 골랐다. (참고로 디저트들 중에 민트초코가 있었다. 민트초코 음해는 이제 그만!)
3스타는 처음이기도 하고, 지난 여름 친구 결혼식 이후로 처음 재킷을 걸치는 만큼 사진도 한 컷 찍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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