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님이 예약 잡아주신 덕에 경훈님과 셋이서 방문했다. 음식의 맛도 정말 감동적이었고, 모든 손님이 함께 식사를 즐긴다는 컨셉 자체도 내 취향에 잘 맞았다. 사장님의 입담 덕에 식사 시간이 더 재밌었던 것 같기도 하다.
위치는 합정역에서 조금 걸으면 나오는데, 주택가라 그런지 "여기가 맞나..." 싶은 위치다. 스스로가 가는 길에 믿음을 가지고 가라는 삶의 교훈일수도...(아무말) 여튼 믿음을 가지고 가면 된다.
처음 들어갔을 때 테이블의 세팅은 위 사진과 같았다. 사장님께서 코스 설명 해주시면서 페어링할 와인도 몇 개 추천해주시는데, 이 날 모두가 풀-컨디션은 아니었던 만큼, 추천 받은 와인 세 바틀 중 샴페인을 제외한 나머지 두 바틀을 주문했다.
이 날 페어링 한 와인은 다음과 같았다:
- San Zopito Terre dei Vestini Montepulciano d'Abruzzo 2016
- Etna Bianco 2021
레드와인의 느낌이 굉장히 오래 기억에 남았다. 마음에 들었다.
코스는 버터 바른 빵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빵 자체도 맛난데다가 버터를 정말 듬뿍 바르고 트러플 소금도 살짝 뿌린 만큼, 사실상 치트키라고 볼 수 있다. 와인과도 몹시 잘 어울렸다. 너무 짜지 않게 하면서도 버터를 많이 바르기 위해 무염 버터를 사용했다는 설명도 해주셨다. 참고로, 소금에서 나는 트러플 향은 거의 없어서 트러플을 싫어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나 맛있는 빵을 이후 나올 부야베스에 찍어 먹기 위해 맛만 본 채로 남겨 놓고 기다리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다. 이 시간 동안은 마시멜로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된 기분이었다.
약간의 기다림의 끝에 나온 부야베스(해산물 수프)를 맛 보고 나니 마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국물 맛이 몹시 좋았고, 빵과의 조화도 대단히 훌륭했다. 한 겨울에 길가에서 버스 기다리는 동안 이 국물을 홀짝이면 추위를 잊을 수만 있을 것 같은 맛이었다.
코스의 다음 메뉴로는 와일드 루꼴라에 모차렐라 치즈, 설향 딸기, 발사믹 등이 함께 어우러진 샐러드가 나왔다. 나는 샐러드를 그다지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이 샐러드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샐러드에 사용된 발사믹이 독특했다. 25년된 발사믹은 처음 먹어 봤는데, 풍미가 정말 기가 막혔다.
이 날 먹었던 라자냐 또한 내 기준으로는 최고였다. 그간 먹어본 라자냐들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라자냐를 먹으면서 ㅁㅅㅂ는 재료들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정말 잘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는 초콜릿 케이크가 나왔고, 여기에 뱅쇼를 부어주셨다. 뱅쇼의 상큼함과 초콜릿 케이크 사이의 조화도 훌륭했고, 이 케이크의 질감, 당도, 맛 모두가 그동안 내가 찾고 있던 무언가였다. "초콜릿" 케이크가 아닌 초콜릿 "케이크"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이 날 먹은 케이크는 후자에 해당하는 것 같았다.
ㅁㅅㅂ에서의 식사는 정말 훌륭한 경험이었고, 언제 또 기회가 생겨 방문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만 반드시 꼭 재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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