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book에 업로드 했던 2023년 회고 글. 일단 티스토리에도 옮겨둔다. 마크다운 기반의 더 나은 + 영속성 있는 블로그 서비스를 찾아봐야 하는가 고민 중.
2023년 회고
2023년 한 해는 예년에 비해 비교적 평안하게, 쉬어갈 수 있었던 한 해인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때로는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매너리즘에 빠진채 살아간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편안하게 산 것 치고는 수확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일까요? 그런 만큼, 어떤 것을 얻었고, 어떤 것을 잃었는지 정리해보는게 더욱 중요할 것 같았습니다.
직장
올해 초, 현재의 직장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며 가장 즐겁게 협업했던 사람들과 다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는 한 해 내내 즐겁게 일 했던 것 같고, 다양한 태스크를 맡으며 배운 점 또한 많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팀 내에서 ownership을 가지는 영역이 커진다는 점에서 스스로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책에서나 자주 봤던 다양한 개념들을 말 그대로 "체득"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는 뉴비 개발자의 옷을 약간은 벗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즐겁게 일을 하면서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는 것 또한 하나의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12월 뉴욕 출장은 몹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자주 협업하지만, 시간대가 차이가 많이 나서 리뷰 오가는데만 하루, 이틀씩 걸리던 사람들끼리 오프라인으로 얼굴 맞대고 intensive 하게 일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출장의 협업 목표로 뒀던 부분들도 꽤나 달성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여러 사적인 자리도 참석하고, 출장도 다니며 직장 내의 다양한 분들과 안면을 튼 것이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더 다양한 분들과 안면을 트고 친해지는 것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연구
작년 부터 인연을 갖게 된 교수님과 올 한해도 매주 미팅은 했지만, 연구 문제와 관련한 성과는 없었습니다. 이실직고 하자면, 제가 이런 저런 핑계로 생각보다 시간을 써서 준비하지 못한 것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관심 분야의 다양한 논문을 읽고 discussion 하면서 얻어간 것은 확실히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꾸준히 시간을 써 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CP 커뮤니티 활동
Competitive Programming(CP)과 관련해서 더 이상 대회에 참여하지 않은지는 꽤나 오래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CP 커뮤니티 활동은 올해에도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아무래도, 고등학교 2학년 부터 4년 정도를 불태운 분야에서 만난 즐거운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요:)
올해에는 전대프연(동아리) 회장을 하면서 겨울대회와 여름대회, 두 번의 오프라인 대회를 (조금은 엉성한 감은 있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기획, 후원사 모집, 예산 관리, 출제/선제/검수, 현장 관리 등 다양한 측면을 총괄하는게 아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동아리 alumni 분들과 다양한 스태프 분들이 늘 곁에서 도와주신 덕에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장 임기도 오늘로 끝이네요. 후련합니다. 내년 회장분은 저보다 경험이 많은 분인 만큼 걱정도 없습니다.
전대프연 회장 일 외에도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세팅을 하기도 했고, ICPC 서울 리저널에 감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오래도록 알고 지낸 분들과 일을 하는 것은 늘 즐겁습니다. 그리고 두 대회 모두 올해부터 여러 운영 형태의 변화가 있었던걸로 알지만, 성공적으로 개최되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대회들이 잘 굴러가리라 믿습니다.
취미
올해의 취미는 드라이브, 여행, 위스키 이렇게 세 개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이브의 경우 올해 새로 가지게 된 취미입니다. 올해 초에는 영락 없는 초보 운전자였지만, 이제는 원하는 곳 어디든지 부담 없이 운전해서 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갖추게 되었습니다. 나름 티맵 점수도 98점이랍니다 :) 태평소 국밥과 성심당 빵을 먹고 싶어서 새벽에 충동적으로 대전에 다녀오기도 했고, 밤 늦게 별을 보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시골에 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운전하는 시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취미로의 드라이브가 아니라 회사로의 출퇴근이긴 하지만요. 아무쪼록 운전을 자주 하면서 이동의 자유가 늘어난 만큼 삶도 전반적으로 윤택해진 것 같습니다.
여행은 어렸을 때 부터 항상 좋아했지만, 올해 산업기능요원을 마치며 국가에 허가 받지 않고도 해외를 갈 수 있는 신분이 된 덕에 부담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미국을 3번 가며 뉴욕과 시애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고, 일본을 3번 가며 도쿄와 오사카, 삿포로를 방문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미국으로 출장갈 일이 두 번 있었던 덕에 해외를 더 자주 오갔던 것 같기도 하네요. (덕분에 모닝캄 기간도 연장을 했습니다.) 물론, 출장을 가더라도 주말에는 알차게 놀았답니다.
위스키는 20살이 된 이래로 늘 좋아했지만, 올해는 특히 관련한 지평을 넓혔던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예전에 비할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를 맛 봤던 한해였고, 명확한 취향이 생겼고, 나름 집에 수십종류의 엄선된(?) 위스키로 구성된 홈바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큰 변화는 위스키를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직접 보리를 발효시켜 증류하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캐스크를 고르고, 길들이고, 여기에 조금 더 "날것의" 위스키를 숙성시키며 시간에 따른 변화를 관찰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생각보다는 돈을 많이 태웠는데(...) 내년에는 위스키 수집 보다는 제조, 숙성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즐기지 않을까 싶네요.
총평
올해를 보내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세상에는 즉각적인 일회성 쾌락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고, 이들에 종속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다소 밋밋해 보일지라도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결과를 보고,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주 쉬운 길 보다는 약간은 어려운 길을 가는게 번아웃 없이 오래도록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나 할까요?
2024년에는 독서와 운동 등 자기 계발에도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하고, 소비 보다는 저축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고, 연구 문제를 고민하는 것에도 시간을 더 투자해서 수확을 얻는 것 정도가 가장 큰 목표입니다. 물론, 직장 생활도 잘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한 목표이고요.
그리고, KAIST 전산학부에 드디어 이론 컴퓨터 과학을 하시는 교수님이 새로 부임하셨습니다. 당장 돌아가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 의도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던 KAIST였습니다만, 이제는 돌아가도 배울 점이 많으리라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2025년 정도에는 KAIST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보며, 새해에는 이를 위한 준비도 조금씩 시작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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